내 기분을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그런 날이 있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빗소리.
그리고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 소리만
간간이 들려오는 새벽.
나도 모를 기분에 휩싸이는
그런 때가 있다.
-
《홀리 가든(ホリ-.ガ-デン)》
에쿠니 가오리(Kaori Ekuni) / 김난주 옮김 / 소담
-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 불량소녀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생각했다.
나카노의 선량함, 나카노의 친절함.
누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기가 두려웠다. 혼자 있는 쪽이 훨씬 편하다. 가호는 카운터 위로 두 팔을 쭉 내밀고, 예쁘장하게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바라본다.
"비는 종일 안경을 쓰고……."
굳이 보조 키를 건네지 않아도, 나카노는 거의 매일 불쑥 놀러왔으니까 그냥 그대로 있어도 상관없었다. 아니, 그대로 있는 편이 좋았다.
가호는 주머니에서 손목시계를 꺼내 보고, 바텐더에게 얼음물을 달라고 해 반 잔쯤 마셨다. 마지막 전철을 탈 수 있는 시간이다. 계산서를 집어 들고 다리가 긴 스툴에서 훌쩍 내려온다. 집에 들어가면 나카노에게 보조 키를 돌려받아야겠어, 하고 생각했다.
- 312p.